글쓰기/오늘의 끄적끄적

좋은 글에 대한 고민(feat. 회사에서 오늘 쓴 보고서)

가운데가르마 2021. 3. 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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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어떤 생각을 하느냐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생각을 얼마나 좋은 말과 글로 충분히 표현해내느냐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사진 위주의 인스타그램에서 음성 위주의 클럽하우스까지.

다양한 사회망 서비스들이 사람들의 소통을 책임지고 있지만,

 

결국 우리는 말과 글로 소통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이런 고민이 있던 중 오늘(사실 엊그제였지만 오늘에야 글을 쓰므로..)

회사의 높고 중요한 분께 드릴 보고서를 작성하여 메일로 보고 드렸습니다.

 

워드 2페이지 분량의 짧다면 짧은 글이었지만,

지난 주 금요일부터 초안 작성, 데이터 점검, 목차 수정, 어색한 문장 수정 등등

여러 명이 달라붙어 얼마나 디테일하게 작업했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보고의 내용과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사실 고민한다고 특별한 게 나올 것들이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왜 그렇게까지 뻔한 내용의 글에 공을 들인 걸까요.

 

정말 세상 불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좋은 보고서와 좋은 글이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먼저 좋은 보고서에 대해 생각을 해봤습니다.

좋은 보고서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요.

 

높고 중요한 분께서 이 보고서를 보고

1.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세세히 알기 못하실 높고 중요한 분께서 최대한 이해하기 편하도록 쉽게 써야 하고

2. 우리의 의도가 명확하게(or 오해의 여지가 없게) 높고 중요한 분께 전달이 되어야 하고

3. 가능하다면 내용 자체에 의미(or 재미)를 느끼게 하면 더더욱 좋겠고요.

 

보고서가 위의 3가지의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한다면,

일단 보고가 쉽게 넘어갈 수 있겠고

그렇게 되면 실무단에는 직접적으로 추가적인 불필요한 숙제를 받지 않은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결국 보고를 받는 입장에서의 효과를 주목하여 좋은 보고서라 칭하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학 교양 과목으로 글쓰기를 배우면,

단문을 좋은 문장이라고 배웁니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죠.

 

글, 그리고 말은 쓰고 하는 사람보다는 읽고 듣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단문으로 글을 작성하는 것은 절대로 쉽지 않습니다.

지리한 설명 대신 간략하지만 정확한 '단어'로 표현해야 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짧게 표현이 가능할 테니까요.

 

결국에 좋은 글과 말은 궁극적으로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기저에 깔려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올 한 해도 더 나은 글과 말을 위한 노력을 해야겠습니다.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작은 노력이겠지만 회사에서 간단한 메일과 보고자료를 작성할 때도

단문과 명확한 표현을 사용하도록 노력해보죠.

 

다른 사람을 생각하려는 노력의 시작이 곧

내가 표현하려는 말과 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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